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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여도 세계를 누비며 팔러다녀요_시각장애 사업가 2부
    김승월 2026-01-22 28
      다음은 김승월의 브런치북 _보이지 않아도 보이네에 실린 글로 RP 환우 사업가 이야기입니다. 2부로 되어 있는데 2부_ 앞이 바늘구멍처럼 열려 있어요를 소개합니다. 

    그는 한때 연 매출 60억 원을 넘기던 수출 사업가다. 지금도 서너 달에 한 번은 해외출장에 나선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조건은 그의 이동과 일상, 그리고 마음까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장애인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약속 장소를 잡거나, 설명하는 부분을 그림 그려달라고도 해요.  심할 때는 거래하기 싫어합니다. "
    그가 수출하는 제품은 디스플레이 구동장치다. 고객의 수요에 맞추어 소량으로 만든다.  제품의 소재나 조립 부품을 소량으로 주문하다 보니, 판매자를 설득하고 사정해야 겨우 구매할 수 있다.  

    장애인 기업인 그는 상대 기업주나 담당에게 무한 신뢰를 얻어야만 거래가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장애 넘어 신뢰가 구축될 때까지 다리품 팔고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줍니다."

    아리랑디스플레이(가명) 이대인 사장(가명).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우리나라 재계 순위 3위 그룹의 회사에서 18년 넘게 엔지니어로 일하다, 새 꿈을 펼치려고 회사를 나왔다. 여러 번 실패한 끝에 1998년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디스플레이 구동장치 회사다.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양대 산맥인 LG와 삼성 출신도 많은 데서,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대기업 출신은 온실 속 난초 같아서 아름답습니다만 온실 밖으로 나가 엄동설한이 닥치면 얼어 죽지요.  저는 바위틈 사이에서 피어난 난초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쯤 되었을 때, 시각 중증장애 판정을 받았다. 망막색소변성증 때문이다. 시력보다 더 큰 문제는 시야다.
     “지금 시야각이 수직, 수평으로 0.5도예요. 바늘구멍처럼 열려 있어요."

    상대의 하반신이 보이지 않아, 거래처 상대가 악수하려고 내민 손을 놓치기도 한다. 발아래가 안 보여 걸려 넘어져서 정강이는 상처와 멍투성이다.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는 행인들의 발들만 보였다. 그 순간의 상실감은 말로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래도 슬퍼하면 안 돼요. 비가 온다고 하늘에 주먹질해 봐야 소용없잖아요.”

    넘어지고 나서는 스스로 위로의 말을 한다.
    "하루에 몇 번 넘어지는 걸 이 번에 한 번은 때웠으니까, 오늘은 덜 넘어질 거야."

    도움에 대해서도 그는 냉정하다. 한 번은 접시에 놓인 호박전을 먹는데, 호박전 옆에 있던 자신이 버린 휴지를 먹는 걸로 알고 집었다. 입을 닦고서 버린다는 게 접시에 놓은 것이다. 옆에 앉아있던 분이 기겁하고 말렸다.
    "돕다 보면 잔소리가 많아지고, 그건 또 상처가 되죠. 장애는 남이 이해할 수 없어요. ”

    그는 먼저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배웠다.
     “장애인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건, 자기 상처를 어루만지는 태도예요. 정상인 입장에서 이해 못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죠. 이해받으려는 기대를 빨리 내려놓아야 해요.”

    신앙은 그에게 버팀목이다.
     “시야각이 0.5도 남아 있는 것도 감사합니다. 0도일 수도 있으니까요. 주어진 조건을 불평하지 않고, 살아서 극복하고 이겨낼 시간을 주심을 감사하며 마음을 달랩니다.”

    그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안질환에 시달렸던 사도 바울의  말씀이다. 그분이 주님께 간청했을 때 들었다고 전해지는 하느님의 음성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린도후서 12:9) 그 뒤로 바울은 눈을 고쳐달라는 기도 대신 주어진 은혜 안에서 살아가는 길을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언젠가 남은 시야마저 완전히 닫히면 사업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완전 맹인이 돼도 일은 할 수 있어요.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면 됩니다. 아내와 함께 다니며 계속 일하고 싶어요. 사업하는 그 자체가 나를 지탱해 줍니다. 일하다 쓰러질 때까지 하고 싶어요. ”

    바늘구멍으로 보는 세상에서 그 빛마저 닫혀도 그는 일을 놓지 않을 것이다. 사업하는 그의 모습이 그의 정체성이고, 지금 그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체 끝 출처: https://brunch.co.kr/@40587eb4eae64f9/225